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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신화와 전설

동유럽 신화와 전설 - 1. 베지막(Ведьмак)

by 세상의 빛과 소금 2022.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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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지막은 슬라브 민담에 등장하는 남자 마법사(마술사,주술사)이며, 악당으로 나올 때도 있지만 보통 베지막은 사람들을 사악한 주술사의 저주에서 구해주거나 가축들을 지켜주는 선한 마법사로 묘사되며, 또는 주인공에게 마법의 물건과 관련하여 사용법을 알려주는 조력자이자 현자로 나오기도 합니다.

베지막(Ведьмак)이라는 단어는 프로토 슬라브어(원시 슬라브어)인 비데트vědět - '알아보기 위해' 또는 '알고 있다')와 고대 동슬라브어인 비디(вѣдь - '지식' , '요술', '마법')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베지막(Ведьмак)은 마녀라는 뜻의 베지마의 남성형입니다. 한마디로 남자 마법사 정도의 의미입니다. 마녀가 유럽의 옛 이야기에서 많이 등장하고, 오늘날에도 문학이나 만화와 애니메이션, 영화 등의 여러 콘텐츠에서 재생산되는 반면 베지막은 잊혀진 존재입니다.

베지막은 마녀에 비해서는 의미 전달이 살짝 부족한 느낌입니다.

 

슬라브 신화에 등장하는 베지막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존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법사, 마술사, 주술사, 신비한 힘을 가진 이라고 번역될 수 있는 베지막은 한 마을이나 일정 지역의 마녀들을 통솔하는 상관, 또는 선생 역할을 합니다. 마녀들의 마법을 혼내거나 벌하기도 하지요. 마녀들과 같이 활동하거나,

반대로 마녀가 이승을 떠도는 망자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고, 사람이나 가축, 동물을 낫게 해주기도 합니다.

풍년을 위해 비를 가져오기도 하고 장마를 끝내기도 하구요. 사람의 과거를 보고 미래를 예언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암흑이나 안개를 불러 일으키기도 하고 나쁜 베지막은 사람이 자신의 눈을 한번만 쳐다봐도 그 사람이 심한 병을 앓게 할 수도 있습니다. 루살카들의 신비한 힘을 조정할 수 도 있습니다. 말이나 늑대, 나방 등의 동물로 자신이 변하거나 남을 변하게 할수 도 있구요. 그래서인지 어떤 사람들은 베지막을 악마와 연결된 존재로 인식했고, 베지막이라는 단어는 모욕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베지막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일색인 마녀와 달리 선함과 악함 등 이중적인 면모를 갖고 있습니다.

루살카 : 물에 빠져죽은 어린아이나 처녀의 혼령, 그리스&로마 신화의 세이렌과 유사, 혹은 물의 정령

 

베지막은 태생적으로 , 그러니깐 태어날 때부터 베지막일 경우, 또는 그렇게 길러지거나 배워서 베지막이 된 경우가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 몸에 털이 없고(머리카락도 없을 수 있음), 대신 가는 털 4개가 있는 작은 꼬리를 달고 있으며, 좁고 세로 모양의 동공을 가지고 있어 세상을 거꾸로 볼 수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 일반인과 구별할 수 없어 더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베지막은 혼자 살고, 가정을 꾸리지 않고, 손님도 반기지 않습니다. 죽을 때가 되면 베지막은 자신의 후계자를 찾아 자신의 힘을 물려줘야 하는데, 이때 사람들은 베지막의 눈에 띄지 않도록 애씁니다. 후계자가 될 이의 의향은 중요하지 않고 베지막의 언행(말)이나 물건 등을 통해 힘이 전달됩니다. 베지막이 죽으면 베지막의 머리를 자르고 입에 말뚝을 박고 얼굴을 아래로 가게 놓아야 하며, 무덤 주변에 사시나무, 못(나무못), 종이, 대패 조각 등을 놓고 양귀비씨를 세 차례 뿌려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베지막의 인간적인 영혼이 유지되어, 뱀파이어로 변하지 않고 베지막의 영혼이 마을을 악한 힘으로부터 보호해줍니다.

베지막과 관련하여 말씀드리면, 폴란드의 작가이자 문학비평가, 경제학자인 안제이 사프콥스키는 베드마크(베지막)의 모티브이자 마을을 각종 괴물과 마녀, 악마, 저주로부터 수호해주는 대신 그 댓가로 돈을 지급받는 청부업자 집단인 위쳐를 창조합니다.

 

위쳐는 각종 괴물과 마녀,악마와 싸우기 위해 뛰어난 검술 능력, 마법 능력, 약물 적응 능력을 가진 일종의 개조인간으로,우수한 근력과 매우 예민한 오감은 물론이고 괴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 사냥법까지 전수 받은 전문가이자 인간병기나 다름없는 존재들로, 이 집단에 속해있는 리비아의 게롤트의 활약상이 담겨있는 게 바로 <더 위쳐 >시리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작가가 폴란드인이여서 게임과 소설에 등장하는 괴물들과 등장인물들의 직책, 음식 등 문화 관련 용어들이 동구권(동유럽)에서 유래된 것이 많습니다.

 

<더 위쳐>시리즈의 주인공인 리비아의 게롤트는 검을 두 자루를 갖고 다니면서 사용을 하는데, 하나는 쇠로 된 검으로 주로 사람이나 동물을 잡을 때 쓰고 다른 하나는 악마들을 잡을 때 쓰는 은으로 된 검입니다. 여기서 이 은으로 된 검에는 독특한 문자가 새겨져 있는 걸 볼 수 있죠. 

 

 

보통 북구 신화(북유럽 신화 - 게르만 신화)의 영향을 받거나 모티브로 한 게임, 만화, 영화나 드라마 등의 창작물에서는 마법 장구에는 으레 룬 문자가 써있습니다. 아무래도 룬 문자에 대한 마법과 주문에 사용하는 신비로운 문자라는 이미지가 지배적이여서 판타지 관련 작품에서 종종 등장하고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슬라브 신화(동유럽 신화)를 기반으로 한 <더 위쳐> 시리즈는 다릅니다. 게롤트의 은검에 새겨진 문자는 바로 슬라브어 문자 중 가장 오래된 글라골 문자입니다. 그런데 정작 글라골 문자가 슬라브족이 개발한 게 아니라 실은 기독교 선교사가 만든 문자입니다.

9세기 중후반 기독교 전파와 선교를 위해 중부 유럽에 파견된 서 키릴로스가 슬라브어로 성경을 번역하면서

기존의 라틴어나 그리스어 문자가 슬라브어의 표기에 적합하지 않음을 깨닫고 슬라브어의 표기를 위한 문자를 새로 개발합니다. 이 정도면 얼마나 언어의 천재였는지 알만하죠. 이렇게 개발된 문자가 바로 슬라브러 관련 문자로는 가장 오래된 글라골 문자입니다. 현재 러시아어를 비롯한 많은 슬라브어권 언어의 문자로 사용되는 키릴 문자는 글라골 문자에서 기원한 것입니다.

 

여담으로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이 폴란드를 방문했을 때 폴란드 총리가 <더 위쳐2 : 왕들의 암살자> 한정판을 선물한적이 있는데, 외교 선물로 게임을 받았다는 점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도 신선한 경험이었는지. 3년 뒤 폴란드를 다시 방문한 버락 오바마는 폴란드 총리와의 대담 중에 이때의 일화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폴란드의 총리는 폴란드를 '더 위쳐 시리즈의 나라'라고 알리는데 성공한 것입니다.

하지만 워싱턴 포스트 등의 미국 언론에서는 이 선물을 오바마가 받은 274개의 선물 중 274위, 즉 최악의 선물로 뽑았습니다. 

 

앞서 소개해드렸듯이 <더 위쳐> 시리즈가 슬라브 신화와 전설, 민간 전승을 기반으로 한 게임으로, 베드마크를 모티브로 한 위쳐뿐만 아니라 다양한 존재들이 동유럽 신화와 전설에서 따왔습니다.

포로녜치를 모티브로 한 태아 괴물 보츨링, 슬라브 신화의 마녀인 바바야가를 기반으로 한 크론 자매(세 명의 노파 자매) , 악마 초르트의 이름을 딴 초트, 그 이외에 흡혈귀와 늑대인간 등등이 등장합니다.

 

 

<더 위쳐 시리즈>는 소설과 게임 그리고 드라마까지 진출했는데 조만간 영화로도 제작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더 위쳐 시리즈>를 소설과 게임, 드라마를 접했고, 기존의 북유럽 신화와 그리스&로마 신화 관련 창작물이 아닌 동유럽 신화 관련 모티브로 창작되었다는 점에서 인상 깊고 흥미로웠고 앞으로도 동유럽 신화와 전설 관련 창작물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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